바둑의 전설, 조훈현 9단
1953년, 전라남도 목포의 한 소년이 태어났습니다. 그는 평범한 아이가 아니었습니다. 불과 아홉 살, 초등학생이 채 되기도 전에 이미 프로 바둑 기사로 입단한 천재였죠. 그의 이름은 조훈현. 이후 그는 한국 바둑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린 전설적인 인물이 됩니다.
일본에서 수학한 천재 소년
조훈현은 어린 나이에 바둑의 신동으로 불렸습니다. 하지만 당시 한국보다 일본의 바둑 수준이 훨씬 높았죠. 이를 안타깝게 여긴 스승이 그를 일본으로 보냈습니다. 그곳에서 그는 ‘바둑의 신’이라 불리는 세고에 겐사쿠 9단의 문하생이 되었습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조훈현은 놀라운 실력으로 일본에서도 주목받기 시작했죠.
하지만 그는 일본에서 계속 머무를 수 없었습니다. 1972년, 병역 문제로 인해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 귀국이야말로 한국 바둑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순간이었습니다.
전관왕의 탄생
한국으로 돌아온 조훈현은 바둑계를 평정하기 시작했습니다. 1980년, 1982년, 1986년 그는 한국 바둑 대회의 모든 타이틀을 싹쓸이하며 **‘전관왕’**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습니다. 한때 동시 9관왕이라는 엄청난 기록도 남겼죠. 그의 총 타이틀 획득 수는 158회로, 아직도 깨지지 않은 대기록입니다.
그는 단순히 강한 기사가 아니었습니다.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압도적인 실력과 승부욕, 그리고 냉철한 전략으로 한국 바둑의 수준을 세계 최정상으로 끌어올렸죠.
전설의 제자들 – 이창호와 이세돌
하지만 조훈현의 진정한 위대함은 그의 제자들에게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가 키운 제자 중 가장 유명한 인물은 이창호입니다. 스승을 뛰어넘는 놀라운 실력으로 세계 최강의 바둑 기사로 성장했죠. 사람들은 그를 **‘바둑의 황제’**라 불렀습니다. 조훈현과 이창호의 대결은 매번 큰 화제를 모았고, 한국 바둑 팬들에게는 잊지 못할 명승부가 많았습니다.
또 다른 제자는 이세돌. 그는 조훈현의 손에서 길러졌고, 이후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대결로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습니다. 조훈현이 없었다면 이창호도, 이세돌도, 그리고 오늘날의 한국 바둑도 없었을지 모릅니다.
바둑에서 정치까지
조훈현은 단순한 바둑 기사가 아니었습니다. 바둑을 대중화하고, 후배들을 위해 더 나은 환경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2016년, 그는 국회의원이 되어 정치에 입문합니다. 바둑과 체육계를 위한 정책을 펼치고자 했지만, 정치의 벽은 바둑판보다 더 복잡했죠. 결국 한 번의 임기를 끝으로 다시 바둑계로 돌아왔습니다.
마지막 한 수
조훈현 9단은 한국 바둑의 역사이자 살아있는 전설입니다. 그는 바둑판 위에서, 그리고 제자들의 성장 속에서 자신의 흔적을 남겼습니다.
오늘날에도 바둑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의 이름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그의 바둑이, 그의 정신이, 후배들에게 이어지며 계속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승부란 결국 마지막 한 수까지 가봐야 아는 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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